2016여름태국

4인가족 태국여행-12일차 암파와 수상시장

수만이언니 2016. 8. 22. 12:42

드디어 길고 길었던 태국 여행 마지막 날이다.

물론 비행기 타는 것까지 생각하면 아주 마지막은 아니지만... 

거진 2주 동안 엄마는 징징대는 우리에게 질릴대로 질려서 "다시는 너네 데리고 안간다!"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런데 막상 어제(여행 2주 후) 홈쇼핑 여행상품을 보다가 일년 정도 휴직하고 우리끼리 세계일주 한 번 할까! 라는 말을...


싫어욧




어쨌든 마지막 날이어서 오전에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고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호텔 근처에 테스코가 있어서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 자주 이용하였다.

푸드코트가 딸려 있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가지 종류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체크아웃하고서 투어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호텔 수영장 앞에 앉아 있었다.

생각해보면 방콕이 한국보다 훨씬 시원했다.

거기선 덥다덥다 했었는데 한국에 오니 그 쪽의 더운 것은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태국은 덥고 건조했는데(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덥고 습한 날씨에 강아지가 비비적대는데다가 누진세 때문에 에어콘도 맘대로 못 튼다. 

정말... 이민욕구가 솟구치는 계절이다.







방콕에 처음 왔을때처럼 비좁은 뒷자리에 네 명이 낑겨타는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밴택시를 불렀다.

태국에서 네 명이 움직일 때에는 이렇게 택시를 대절해서 투어하는 것이 이득인 듯하다. 

워낙 택시비가 싸기도 하고 커다란 외국인 넷이서 우르르 대중교통를 타고 몰려다니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ㅠㅠ


택시를 타고 처음 간 곳은 매끌렁 기차역의 위험한 시장이었다.

정말... 왜 이런 곳에 시장이 있는 거지? 싶었다.

좁은 기찻길 양쪽에 물건들을 늘어놓고 팔고 있었는데 관광객만 잔뜩 봤지 정작 현지인들은 못 본 것 같다.

하긴 기차 다니고 더운 낮에 현지인들이 왜 오겠어. 홀홀


작은 시장을 한바퀴 도니까 한 쪽에 관광객들이 모여서 웅성웅성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기차가 올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서 기차를 기다렸다.

이윽고 기차가 칙칙폭폭하면서 왔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

별로 안 위험해 보였던 것이다.

위험한 시장이라면서!


사실 내가 생각했던 위험한 시장은


"저기 기차가 온다!!!! 피해!!!"(몸을 날린다)

기차:칙칙폭폭칙칙폭폭 쒸이이이이잉

"물건 다 치워!!!"

"저기 손목이 날라갔어!!!"

쒸이이이잉


--기차 나간 후

"오늘도 피투성이군..."

"그래도 오늘은 사상자가 열두명 뿐이야'

"다행이군"


이런거였는데...


기차는 엄청 느리게 지나갔고 사람들은 와아아아~~ 하고 사진을 찍다가 기차가 지나가자 사방천리로 흩어졌다.

음 생각보다 별거 없군요...


그래서 예정보다 일찍 암파와로 출발했다.





돈쓸 생각에 신나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시장이다. 

하지만 바로 맞은편에서부터 시장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고, 




이런 쇼핑몰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시장 옆에 쇼핑몰이라니 신기하군.

일단 밥을 먹어야 해서 쇼핑몰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흔들의자였는데 그걸 모르고 털썩 앉았다가 바닥에 엉덩이를 찧었다.

엄마는 그걸 왜 찍은거죠???

아파죽겠는데!!





상대적 복근론...





머리 뚜껑을 덮고서 엄마는 한 층 온화해졌다.

어휴 머리 뚜껑 열린 채로 다녔으면 어쩔 뻔 했어!

우리 가족 뿔뿔이 흩어져서 귀국할 뻔했네!








어디서도 괜찮은 음식점을 찾는 데 실패하고 수상 노점 아무 곳에 앉았다.

길가에 테이블을 두고 요리하는 사람들은 배 위에서 요리를 해서 주는 신기한 시스템인데, 그 신기한 시스템에 비해 맛은...

진짜 맛없어 죽을 뻔했다.

태국 와서 먹은 모든 것들 중 제일 맛없다.

어휴 더워 덥고 힘들고 맛없는 거 먹어서 짜증.





그래서 다시 쇼핑몰로 돌아왔다.

너무 더워!

에어콘이 나오는 카페에 앉아 있었더니 살 만했다.





아빠는 카페에서 자꾸 꽃게 춤을 췄다.

이리 돌아다니면서 꽃게춤

저리 돌아다니면서 꽃게춤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이 쳐다봤는데 아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빠가 하도 이상한 춤을 추면서 손님들을 내쫓으니까 가게 주인이 보다못해 아빠를 말리려고 바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아빠는 가게 주인을 향해 꽃게빔을 발사했고 가게 주인까지 꽃게댄스에 감염되고 말았다.

부디 가게 주인을 매개체로 한 꽃게댄스바이러스가 태국에 퍼지지 않았길 빈다.


라고 적으면 다 진짜인줄 알겠지~~~ 낄낄낄~~~~





해가 저무니까 시장도 활기를 띤다.

어디 있었는지 배가 여러 척 나왔다.





오늘도 찍사.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열심히 포즈를 취한다.






결과물.




저녁에는 반딧불을 보기 위해 배를 탄다.

기다리는 중.






기다리는 중.

삼십분을 좀 넘게 기다려서 작은 배를 탔다.






사공까지 합해서(모터보트이긴 했지만) 여덟 명이 타면 꽉 차는 유선형의 카누였다.




해가 점점 지고 그동안 배는 큰 강으로 나갔다.

바람은 시원하고 물방울이 배 위로 튀었다.


이걸 타기 전에 인터넷에서 '암파와의 반딧불이는 반딧불이가 아니라 전구라더라' 뭐 이런 소리를 들었었는데 만일 그게 진짜더라도 이렇게 시원하게 배를 타면 그걸로 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사공이 저 쪽을 보라고 했다.

조그만 빛들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나무 쪽에 몰려 있는 반딧불이들 때문에 나무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것처럼 보였다.


에이, 그래도 저거 전구 아냐? 

그럴 정도로 빛이 제법 강했고 많았고 반짝거렸다.

계속 그런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 사공이 배를 물가로 대더니 반딧불이를 잡아다가 내 손에 올려주었다!

그 빛은 전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주 작은 날벌레의 몸에서 빛이 나는 걸 보니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며 팔에 튀는 물방울 같은 것들이 그대로 느껴졌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게 환상처럼 느껴졌다.

물론 반딧불이는 금방 날아갔지만 그게 날아가는 것까지도 현실이 아니라 감성적인 애니메이션 같았다.

스튜디오 지브리나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처럼!


모든 걸 의심했던 것이 미안했다. 누구한테 미안한지는 몰라도 뭐 하여간 그런 기분이었다.



반딧불이를 보고서 한껏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차에 올라타서 공항으로 향했다.

야야~~ 금방 도착하겠지~~~ 했는데 두시간쯤 간 것 같다...

힘들어 죽는줄...


무사히 비행기에 탔다.

이렇게 2주간의 태국여행은 끝!

덥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한국이 더 덥고 힘들다) 2주동안 가족들과 붙어서 놀러다니니까 참 좋았다.

여행 다녀온 후에는 항상 그런 기분이다. 

당시에 얼마나 힘든 일이 있었든지 막상 여행에서 돌아와서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안 좋은 기억들은 다 휘발되고 모든 것은 그저 괜찮은 추억으로만 남는 것이다.

그러니까 절대 가족끼리는 다시 여행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엄마도 세계여행을 가자는... 그런 무모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겠지.




끝.